라이카 렌즈에 대해
“...사진을 무엇으로 어떻게 찍었는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 사진이 풍기는, 그 사진에서의 감동이 어떤 것인가가 중요하다. 피카소는 어느 나라제 물감을 쓰는가, 구상선생이 무슨털로 된 붓을 쓰는가는 알아야 할 이유가 없다...” 필자는 스스로, ‘카메라학과’에 재학 중이라고 자조적으로 자기를 밝힌 모대학의 사진학과 학생을 만난 적이 있다. 그는 사진학과에 입학하면서부터 자신의 동료 학생들이 사진예술보다는 카메라 기종에 심각하게 몰두하고 있는 현실에 깊은 회의를 느끼고 있었다. 학생의 신분에 걸맞지 않는 고급기종과 엄청난 고가의 밝은 렌즈에 대한 선호경향은 그들의 지도교수나 사진을 제대로 하는 선배들의 가르침과는 별도로 일본 잡지 등에서 얻은 정보에 좌우된다고 덧붙인 그 학생의 축 처진 어깨를 보면서 기성세대와 신세대를 막론하고 우리 사진계가 왠지 크게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강한 느낌을 받게 되었다.
요즈음 사진하는 이들 속에 열병처럼 번지고 있는 밝은 렌즈에 대한 선호는 밝은 렌즈에 대한 몰이해와 값비싼 것은 무조건 좋은 것이라는 잘못된 등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특히 F값이 1.0에 이르는 표준렌즈를 놓고 보면 이 렌즈는 그 적합한 용도인 속사(涑寫)에 알맞게 제작된 것에 지나지 않으며 그 용도를 떠나서는 그 높은 가격에 걸맞는 가치를 발휘하고 있지 못하는 데도 불구하고 그 인기가 날로 치솟고 있는 현실은 잘 이해되지 않는다. 광학적으로 볼 때 렌즈의 F값이 과도하게 낮아지면 하레이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수차가 증가될 수 있기 때문에 제작과정에 과잉보정이 불가피해진다.
결국은 이 과정에서 렌즈의 무게와 부피가 늘어나고 렌즈 제작비만 턱없이 비싸지는 것이다. 라이쓰사의 렌즈목록에는 밝은 렌즈를 르포르타쥬용 렌즈라고 확실히 못박고 있고 비교적 객관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유럽계통의 카메라 정보지에도 이런 유형의 렌즈는 고속촬영에 적합한 렌즈라고 정의하고 있는 사실을 볼 때 이 렌즈는 고속셔터스피드가 요구되는 작업을 위해 제작된 것으로 보는 것이 옳은 견해이다. 결국 작업성격과 관계없는 그 비싼 가격과 무게, 부피에서 오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할 상황이 아닌이상 구태여 F값이 밝은 렌즈를 선호해야 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라이카 렌즈의 역사는 오스카바르낙이 당대광학계통의 최고 권위자이며 물리학자였던 막스 베레크에게 렌즈 제작을 의뢰하면서 시작된다. 막스베레크는 1894년 H. 데니스 테일즈가 고안한 Cooke triplet방식으로 최초의 라이카 렌즈인 50mm 엘마F3.5을 만들어 내게 되는 데 이 최초의 렌즈가 3군 5매의 아나스티그마트(Anastigmat)렌즈이다. 라이쯔사는 이 렌즈에 얽힌 특허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렌즈의 명칭을 Ernst Leitz Max Berek 의 첫 자를 연결시켜 엘막스(ELMAX)로 개칭한다, 따라서 라이카1에서 다소 사용되었던 아나스티그마트 명칭은 그 이후 ELMAX로 변경되어 표기된다.
1925년 렌즈의 마지막 부분이 1군 2매로 만들어진 3군 4매의 엘마렌즈가 출현하면서 라이카 렌즈는 그 화려한 명성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라이쯔사의 끊임없는 연구는 1931년에 이르러 막스 베레크 교수의 애견(愛犬 )이름을 따서 명명된 헥토르 렌즈를 발매하게 되고, 이어 1933년 스마르 렌즈, 1936년 제논 렌즈 등 다양한 종류의 우수한 렌즈를 계속해서 생산하게 된다.
이글에서 필자는 라이카 렌즈 중에서 쌍벽을 이루고 있는 대표적인 렌즈인 스미크론 50mm F2렌즈와 그에 비해 조리개 스톱이 밝은 스미룩스 50mm F1.4렌즈에 대한 일본의 한 실험결과를 인용하여 이를 토대로 독자들의 객관적인 평가를 기대하고자 한다. 표준렌즈는 표준초점거리 렌즈(Normal Focal Length Lens)로 사람의 눈이 한 위치에서 선명하게 볼 수 있는 것과 화각이 거의 동일하며, 가깝거나 멀리 있는 물체의 상대적인 크기가 정상에 가깝게 보이는 렌즈로 ‘브루스 데이비슨’을 비롯한 금세기의 위대한 사진가들의 작업에 널리 사용되어온 렌즈이며, 일찍이 “카메라는 나의 눈이 연장”이라고 갈파한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은 이 표준렌즈만을 고집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따라서 표준렌즈를 대상으로 한 이 실험의 결과가 갖는 의미는 대단히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스미크론 50mm F2
이 렌즈는 1953년 최초로 발표되었고 지금까지 40년 동안 50mm표준렌즈의 최고봉으로 군림에 온 렌즈이다. 근래에 발간된 라이쯔사의 캐털로그에는 이 렌즈가 최고의 화질을 자랑하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표준렌즈이면서, 작고 가볍고 간편한 렌즈이면서, 근접촬영에 있어 그 성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일본의 F2표준렌즈는 가격이 저렴하고 어딘가 2급 렌즈라는 인상을 풍기고 있으나 스미크론은 라이카의 당당한 얼굴로 평가되고 있다. 이 렌즈에는 얼마간의 세대가 있고 시대와 더불어 개량되어 왔다. 일본의 한 실험실에서 행해진 실험데이터를 보면 1978년 라이카 M-2에 조합되어 측정된 일련번호 2609859 렌즈는 그 보정형태가 다소 과잉보정의 경향을 띠고 있으나 그 정도는 극히 미미하여 거의 완전보정형으로 볼 수 있고 구면수차의 크기도 0.07 mm에 불과한 것으로 되어 있다.
물론 화면 중심의 구면수차크기의 화질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화질은 수차량과 렌즈의 F값과 같이 병행해서 결정되고 같은 구면수차량에서는 F값이 어두워질수록 화질자체는 향상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같은 50mm렌즈이면서 스미크론 보다 1조리개 스톱이 밝은 F1.4 등급의 렌즈중에서도 구면수차의 크기가 0.1mm를 넘는 렌즈는 얼마든지 있다. 즉 스미크론의 특징은 보통의 F1.4 표준렌즈보다 훨씬 적은 수차량을 가지고 있으면서 조리개 개방시의 F값을 그에다 설정해둔 것으로 특징 지울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화면중심의 해상력이 mm 당 180本 이라는 높은 수치에 이르게 되는 것은 조금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 실험실에 최초의 스미크론이 라이카 M2와 함께 등장한 것은 1959년의 일이었고 그때의 중심해상력은 mm² 당 280本 이라는 경이적인 수치였다. 이 신기록은 지금까지 깨어지지 않고 있다.
스미크론은 원래 6군 7매로 구성되어 있었으나 1969년 설계방식이 바뀌어 5군 6매가 된다. 그 결과 1978년 측정된 스미크론과 1981년에 측정된 스미크론의 중심해상력은 180本으로 과거의 해상력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해상력만이 화질의 척도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이같은 변화는 30년간의 개선을 통해 라이카 렌즈에 나타난 어떤 흐름에 불과한 것으로 이해되어야 하는 것이다.
비점수차와 상면만곡을 보면 이 렌즈는 반 화각 20°까지 방사선 방향의 상면과 접선방향의 상면이 꼭 일치하고 있고 상면만곡의 최대량도 불과 0.14mm를 넘지 않는 적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화면 전체의 평균 해상력은 mm당 98本에 불과하나 왜곡수차는 0에 가까운 놀라운 결과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1978년도에 스미크론 50mm F2를 테스트한 일본의 이나무라 다까마사는 핀트가 맞는 부분의 정밀도에 대하여 대단히 높은 평점을 매겼지만 단지 과거의 스미크론에서 볼 수 있었던 아웃포커싱 상태의 묘사성에 대해서는 다소 아쉬워하며 그 연구 결과를 마감하였다.
스미룩스 50mm F1.4
고속 스피드가 요구되는 르포르타쥬용 렌즈로서 최상의 해상력을 지녔고 콘트라스트가 뛰어난 콘트라스트가 뛰어난 렌즈라고 라이쯔사 스스로 호평하고 있는 이 렌즈는 라이쯔사의 우수한 기술을 바탕으로 밝은 렌즈의 결점으로 지적되어온 플레어를 최대한 배제하였고 원색의 재현에 있어 탁월한 성능을 자랑하고 있다. 1972년도에 라이카 M5에 부착되어 행해진 실험에 의하면 이 렌즈의 구면 수차보정은 필름면에서 멀리 떨어진 최초의 마이너스 축에서 시작하여 필름면 방향의 플러스축으로 되돌아오는 일반적인 형태를 띠지 않고 최후에 다시 한번 마이너스축으로 되돌아오는 형태를 지니고 있다. 이와 같이 응집된 수차보정은 고차의 수차보정으로 일컬어지는데 다른 F1.4등급의 렌즈에서는 이 방식을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왜냐하면 이 방식을 사용할 경우, 과잉정보의 결과로 나타나는 하레이션이나 플레어의 증대를 피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F값이 1.4인 이 밝은 표준렌즈는 문자 그대로 개방하여 사용할 것을 전제로 하여 제작되었다. 일본의 F1.4 등급의 렌즈인 경우 만드는 측과 사용하는 측 공히 한조리개 열면 화질은 그 만큼 나빠진다고 하는 묵시적 동의하에 이 밝은 렌즈를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면 다소 과장된 표현일 수도 있겠지만, 조리개 개방시 하레이션의 위험성은 그만큼 증대된다고 하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불가피하게 과잉보정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과잉보정 형식의 렌즈가 항상 나쁜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조리개가 좁혀질 때 핀트의 이동이 없어지면서 화질이 현격히 향상된다고 하는 논리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으나 이에 반해 고도의 수차보정에서는 조리개를 개방시켜도 양호한 화질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단지 이 경우에 조리개를 좁힌다고 해서 화질은 크게 좋아지지 않는다는 단점도 있다.
결론적으로 볼 때 같은 50mm 표준렌즈에서 스미룩스 F1.4인 경우 구면수차량은 스미크론 F2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고 조리개 개방시 F값이 1조리개 스톱 밝은 까닭으로 스미크론과 상대적으로 비교해서 화질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실제 그 해상력을 측정한 결과를 보면 화면 중심부분의 해상력은 스미크론이 mm²당 180本인데 비해 스미룩스는 160本에 불과하다.
그러나 당시 일본 실험실의 결과 보고서에서는 “스미룩스는 고차의 수차보정이 행해졌으나 잔류수차량은 미미하고 조리개 개방시에도 하레이션은 거의 없다.”라고 기술되어 이 렌즈가 산뜻한 화질을 얻는데 있어 아주 우수한 렌즈라는 평가도 얻고 있다.
이 렌즈의 비점수차와 상면만곡을 놓고 보면 방사방향 상면과 접선방향 상면은 조금 떨어져 화면 주변부에서 다시 한번 일치하고 있고, 따라서 화질은 화면 주변부까지 양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화면 평균 해상력은 mm² 당 98本에 이르는 높은 수준이며 왜곡수차도 타르형 렌즈에 비해 1.6% 적은 것으로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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